Good Poem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폭포앞에서-한혜영 시인

Author
nyaa
Date
2018-10-09 00:00
Views
390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폭포앞에서-한혜영

폭포 앞에서

한 혜 영

 


언뜻 강이야 태연하게 흐르지만
안으로는 생고무줄보다 팽팽한 긴장
의 끈 서로 끌며 당기며 흐른다는 사실
을 폭포수 앞에서야 깨닫는다
깎아 지른 벼랑을 몸 전체로 예감하는
그 탱탱한 흐름을

떨어지는 모든 것에는 긴장이 들어 있다
한 방울 이슬 속에도 반드시
차돌멩이의 단단한 긴장이 들어있다
일몰 앞에 서보면
하루가 이끌리던 빈 수레바퀴에도
노을 속으로 뚝뚝 떨어지는 저 새의
날갯짓에도 팽만함이 들어있음을 본다

어디론가 흐르는 저녁노을
구리발톱 같은 노을에 이끌리고
이끌리다가 느닷없이
저 불의 폭포를 만난다
하물며 우리 생애가
어찌 평화라고만 말하겠는가
하찮은 미물에게도 그것들만의
꾸려야할 순간순간의 가뿐 숨결이 있듯이
톱니와 톱니가 맞물려 서로 끌고 끌리는
어쩌면 사는 일이 그런 강물인 것을
그러다가 느닷없이 떨어지는
저 불의 폭포인 것을

--------------------------

신 지 혜

시인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팽팽한 긴장 아닌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시인은 말한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생을 치달려가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는 '불의 폭포'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듯이 늘 우리의 인생은 도처에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얼핏 겉으로는 '태연하게 흐르는 물줄기' 같지만 그러나 안으로는 '생고무줄 보다도 더 팽팽한 긴장의 끈'을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긴장감이란, 깎아지를 듯한 벼랑아래로 떨어지는 것들의 위기감을 온몸으로 미리 예감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며 그렇기에 더더욱 늘 숨가쁘고 팽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방울의 이슬 속에도',' 하루가 이끌리던 빈 수레바퀴에도,' '새의 날갯짓에도,' 서로가 맞물려 팽팽한 긴장이 들어있다고 시인은 섬세한 통찰력으로 존재들의 관계와 속성을 짚어준다.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현실은 늘 각박하고 위태로우며, 팽만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속성을 지닌다. 그 팽팽한 긴장의 연속적 속성은 마침내 '구리발톱 같은 노을에 이끌리고 이끌리다가 결국 느닷없이 저 불의 폭포'를 만나기도 하는 강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시인은 묘파한다. 또한 하찮은 미물조차도 그것들만의 숨가쁜 긴장의 숨결이 들어있다는 구절은, 애잔하고 따뜻하면서도 눈물겹다.

이 시를 읽는 독자 역시, 폭포 앞에 서서 생의 순간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그 팽팽한 시속의 긴장감속으로 감동과 함께 깊이 빠져들게끔 한다.

[뉴욕중앙일보]

<사진=한혜영 시인>









이미지: 한혜영님 포함, 웃고 있음, 근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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